아무도 주지 않은 셀프 리프레시 휴가 feat.퇴사와 이직
3년 8개월간 다닌 첫 회사를 퇴사하고 남은 휴가를 써서 한 달이 조금 넘는 시간동안 쉬었다. 사실 이직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1월 말 부터 하고 있었고, 중간 중간 쉬어가며 일해가며 페이스를 잃지 않으려 애쓰며 이직 준비를 했다. 이직처를 정하기까지는 대략 4개월 정도 걸렸다.
여러 회사에 면접을 봐보니 합격한 곳에 내가 면접을 잘 봤다기보다 그냥 핏이 맞는 회사가 있는거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면접자인 나도 면접관과 대화를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나도 지금 이 회사가 필요하고, 이 회사도 내가 필요하구나 싶은 느낌. 해피엔딩이라서 기억이 미화된거겠지만 사실 진짜 힘들긴 했다. 이미 다니던 회사는 마음이 뜬지 오래.. 게다가 엎친데 덮친 격으로 사정이 더 안좋아졌고, 뭔가 내 가치관과 멀어지는 것 같은 회사 비전과 지친 동료들.., 여러 회사의 과제와 면접 전형 탈락, 그러던 차에 새로운 기회를 잡은거다. 그것도 내 생일에! (짝꿍이 내 생일이라고 예약해둔 미슐랭 레스토랑에 가던 길에 합격 연락을 받았다)
나는 사실상 퇴사일을 정해두고, 이직처 오퍼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말인 즉슨 그냥 선퇴사를 날렸다는 거다. 솔직하게 우리팀 리드분한테 퇴사가 너무 고민된다고 말씀드렸고, 며칠의 시간을 가진 뒤 퇴사를 결정했다. 내 선택을 존중해주셨다. 요즘같이 취업 시작이 안좋은 때에(아닌때는 언제였겠냐마는..) 선퇴사후이직이냐, 환승이직이냐 내 안에서도 너무 많은 고민이 있었고, 주변에서도 많은 조언을 해줬더랬다. 그치만 나를 제일 잘 아는 건 나다. 자신감이 넘쳤다기보다는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이게 맞다는 어떤 확신 같은게 있었고 나를 믿기로 했다.
햇수로 4년 한 회사에 다니면서 한 번도 목적없이 쉰 적이 없던 듯 하다. 그래서 퇴사를 결정하기까지.. 진짜 많은 고민을 거쳤는데, 그냥 아무도 주지 않는 리프레시 휴가를 나에게 셀프 선물하자는 마음으로 결정을 했다. 사실 되돌아보니 퇴사 직전까지 버티느라 페이스를 좀 잃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번엔 내 선택과 결정이 틀리지 않는다는 확신이 들었었다. 예전 영화 작업을 하면서도 어렵게 배운게 있다면 헤어짐을 잘 해야한다는 거였던 만큼 잘 헤어지려고 노력했다. 함께 했던 동료와 나눈 이야기 중에 이 모든 과정이 고통스러웠지만 그래도 이 경험을 통해 배우게 된 것들이 있다고 했던게 기억이 난다. 그동안 내가 잘 하는 것, 내가 잘 하고 싶은 것, 내가 부족한 것이 뭔지 알게 됐다.
이직하는 회사에서 배려해준 덕에 퇴사도 마음편히 잘 처리하고, 6월간 마음에 정리, 체력 회복, 못했던 공부, 못잤던 잠, 주 3회 요가, 짝꿍이랑 시간 보내기, 친구들 보러가기, 페스티벌 가기, 가족 여행, 작업실 대청소, 평일 낮에 돌아다니기 등등.. 미뤄둔 것들을 다 했다. 매일 같이 보던 동료들을 못본다는 아쉬운 마음도 금방 다 사라졌...(다는 건 안비밀)
참.. 사람의 운과 타이밍, 삶의 리듬이라는게 애쓴다고 되는건 아닌 것 같다. 그렇게 이직을 하고 싶을 때는 결과가 좋지 않다가, 나의 부족함을 채우고 천천히 가려고 마음을 잡으니 합격을 할 수 있게 되고, 부모님 댁에 내려갔다가 어딘가 찜찜해 기차를 취소하고 되돌아 갔다가 엄마가 아픈걸 발견하고 병원 조치를 할 수 있게 되고. (내가 출근해야해서 기차 취소를 못했더라면 어땠을지는 상상하기 싫다..)
아무도 주지 않는 휴가는 스스로 잘 주자. 셀프 리프레시를 하자. 그렇게 롱런해보기!